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부와 단절된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현재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실명이 가려진 상태다.
윤정희는 1960년대부터 320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그녀의 마지막 작품은 2010년 이창동 감동의 영화 ‘시’에서 홀로 손자를 키우며 늦은 나이에 시를 배우는 할머니 ‘미자’를 연기했고 국내 영화 시상식 여우주연상과 칸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고, LA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도 받은바 있다.
영화속 미자는 그녀의 본명이기도 하다. ‘미자’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역할이었다. 이창동 감독이 처음부터 윤정희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큰 인기를 얻으며 활동했던 대한민국 영화계 전설적인 원로 배우 윤정희(77·본명 손미자)가 알츠하이머 투병 중임에도 프랑스에 홀로 방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정희는 197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75)와 결혼해 딸 한 명이 있다.
청원인은 "지금 윤정희는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에 있다"라며 "수십년을 살아온 파리 외곽 지역 방센느에 있는 본인 집에는 한사코 아내를 피하는 남편이 기거하고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윤정희가 따로 떨어져 있는 집에는 생면부지의 한 프랑스인이 세입자로 들어와 있는데, 이 프랑스인은 본인의 풀타임 직업이 있어 아침에 출근한다"며 "낮에 알츠하이머 환자인 윤정희 스스로가 당뇨약 등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고는 있는지, 아니면 누가 도와주는지 딸에게 물어도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청원인은 "(윤 씨의) 형제들이 딸에게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감옥 속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주었다"며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직계가족인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윤 씨는 홀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라고 했다.
청원인은 “(윤씨의) 형제들이 딸에게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감옥 속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주었다”며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라며 호소했다.
또한 윤 씨의 배우자에 대해 청원인은 "그는 자기 아내를 안 본 지가 2년이 됐다. 자기는 더 못하겠다면서 형제들에게 아내의 병간호 치료를 떠맡기더니 지난 2019년 4월 말,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나타나 자고 있던 윤정희를 강제로 깨워서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윤정희의 남편은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서 인터뷰했다. 감추어도 모자랄 배우자의 치매를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 불명 또는 노망 상태인 것처럼 알린다"며 "(명랑하던 윤씨는) 프랑스에 끌려가서 대퇴부 골절로 입원도 하고 얼굴은 20년도 늙어 보인다” 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청원인은 "윤씨는 파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한국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라며 "윤정희는 노후를 한국 땅에서 보내길 항상 원했고, 직계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이후 청원글에서 실명을 올린 것과 관련글을 올린 블로그의 내용이 청국민 청원 요건에 위배되어 해당 청원은 관리자에 의해 수정된 상태다.
청원글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윤정희의 남편 백건우를 언급하고 있으며, 일부는 일방적인 청원글인 만큼 진위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편 아내 윤정희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고 고백했던 백건우는 지난해 11월 6일 열린 '제10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서 배우 윤정희를 대신해 공로예술인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청원사실이 이슈가 되자,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측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유포된 내용에 대해 “거짓이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백건우 소속사 빈체로는 7일 낸 입장문을 통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그분의 딸인 백진희에 대해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라며 “해당 내용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2019년 5월 1일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파리로 돌아가며 시작된 분쟁은 2020년 11월 파리고등법원의 최종 판결과 함께 항소인의 패소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백건우 측은 “백건우와 윤정희는 평생을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며 길게는 수십 시간에 다다르는 먼 여행길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백진희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시글(청원글)의 내용과는 달리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윤정희는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이 필요하다.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개인사가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된 악의적인 게시글의 무분별한 유포 및 루머 재생산, 추측성 보도 등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가족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더 이상 삼가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A씨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A씨가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투병 중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백건우의 내한 공연을 담당하던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윤정희의 병세가 악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윤정희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딸의 옆집에 머물며 요양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은 영화계와 클래식음악계의 가까운 지인만 공유하던 비밀이었으나 당시 백건우와 그의 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백하며 알려지게 됐다.
당시 백건우는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며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딸 백진희 역시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묻는다”고 설명했다. 당시 클래식음악 관계자는 “백건우가 파리에서 요양 중인 윤정희를 생각하며 허전해하고 있다”고 전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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